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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오이] 7

7카게야마 토비오/오이카와 토오루 “나 선배 좋아하는 것 같아.” “...미안” 카게야마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서 해줄 수 있는 답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저 멍청한 후배가 저딴 식으로 말하지만 않았더라면 지금 상황은 상당히 달랐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카게야마가 고백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다.자신도 카게야마에 대한 호감은 있었다. 사랑해 까지는 아닌데 좋아해 정도의 감정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단은 해결할 일이 있었다. “오이카와~” 덥지도 않은 건지 사치에가 팔에 꼭 달라붙어서 이야기했다. 이래서 싫었던 건데. 원해서 만난 것은 아니었다. 하도 친구들이 밀어 붙어서 연락정도만 주고받는 사이부터 시작하자고 했는데 사치에는 벌써 여자친구가 된 ..

2015.10.16

[카게스가] 6

6카게야마 토비오/스가와라 코우시 카게야마는 그랬다. 어느 샌가부터 불린 코트 위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그는 싫어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무엇인가 된 것 마냥 내심 기뻐했지만, 사실은 자신을 비아냥거리기 위해 만든 별명이라는 것을 알고는 싫어했다. 실력으로 누르지도 못하면서 뒤에서만 욕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카게야마는 무시했다. 일단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것은 비단 카게야마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도 그에게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중학교 때는 소원하던 부원들과의 관계도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좋아졌다. 선배들에게 인정도 받고 그는 카라스노의 중심이 되었으며, 다시 코트의 제왕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만은 달랐다. 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고 부원들을 챙..

2015.10.16

[쿠로아카] 5-2

5-2쿠로오 테츠로/아카아시 케이지 그로부터 상당히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카아시는 쿠로오를 찾지 않았다. 전에는 이런 아카아시의 방식 때문에 쿠로오는 홀로 가슴앓이를 했으나, 이제는 이런 상황에 휘둘리지 않았다. 익숙해졌다고 해야 옳았다. 결국엔 자신은 보쿠토의 대용일 뿐이라는 걸 쿠로오는 잘 알고 있었다. 켄마가 여름합숙에 들어가 당분간은 쿠로오 혼자 집에 있게 되었다. 그를 그나마 사람답게 살게 해주던 보호자가 없으니 쿠로오는 더욱더 무기력해졌다. 학교는 거의 안 나가다시피 했고, 침대 위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거나 핸드폰 액정만 빤히 바라보는 게 쿠로오의 일과였다. 쿠로오는 무기력했다. 투둑 툭툭. 빗방울이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나더니 바깥에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집으로’ 짧은 진동 뒤에 액..

2015.10.16

[쿠로아카] 5-1

5-1쿠로오 테츠로/아카아시 케이지 오늘도 비가 내렸다. 쿠로오는 늘 그랬듯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방 안에서 창 밖에 내리는 비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수업이 있었지만 그는 도저히 갈 기분이 아니었기에, 오후 여섯시가 넘는 지금까지도 집에만 있었다. 슬레이트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쿠로오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 중 하나였다. “쿠로, 나왔어”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노란색 머리가 쏙 하고 들어왔다. 쿠로오의 소꿉친구이자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살던 켄마였다. 쿠로오의 부모님이 후쿠오카로 이사를 갈 때 쿠로오가 도쿄에 혼자 남자, 켄마는 그와 함께 살았다. 물론 부모님들의 권유가 있었으나, 켄마가 쿠로오와 함께 살 결심을 한 것에는 다른 계기가 있었다. “불도 안 켜놓고 뭐해, 오늘 수업 안 나갔어?” “..

2015.10.16

[리에야쿠] 4

4하이바 리에프/야쿠 모리스케 “리에프...이제 그만하자” 리에프는 자존심 그리고 그를 향한 마음에 세 번째 스크래치가 났다. “야쿠선배, 제가 그 말은 더 이상 안 듣겠다고 했잖아요?” 한 걸음 다가서면서 리에프가 말했다. 야쿠의 작은 체구 위로 리에프의 그림자가 겹쳤다. 리에프는 백인 특유의 희고 가느다란 손을 뻗어 야쿠의 뺨을 만졌다. 동양인은 피부가 부드러웠다. 리에프는 이런 야쿠의 부드러운 피부를 쓰다듬고 있을 때는 가끔 치밀어오는 충동들을 누를 수 있어서 좋았다. 리에프의 손이 야쿠의 뺨을 쓰다듬다가 입술 언저리로 갔을 때, 야쿠는 움찔거리면서 리에프의 손을 피했다. 그 순간, 리에프의 뱀 같은 초록색 눈이 번뜩였다. “피하지마” 낮게 깔린 목소리가 야쿠의 귓전에 윙윙 울렸다. 야쿠는 이 모습..

2015.10.16

[카게오이] 3

3카게야마 토비오/오이카와 토오루 “오이카와 선배!!!” 듣기 싫은 목소리. 아니, 남아있던 자존심마저 나락까지 던져버리는 열등감을 자극하는 목소리. 1학년의 카게야마는 모든 면에서 오이카와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카게야마의 인사는 열등감을 가진 이후로 모두 무시했고, 이번에도 오이카와는 그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이젠 억지로 이죽거리면서 장난스럽게 빈정대는 것도 그에게는 한계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한 때는 이런 자신에게 경멸감까지 느꼈다. 재능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카게야마와 모든 면에서 비교하는 자신을 오이카와는 스스로 학대해왔다. 그 것 때문에 배구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자, 더 이상 카게야마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오이카와는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배구를 많이 ..

2015.10.16

[쿠로다이] 2

2쿠로오 테츠로/사와무라 다이치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야.’ 쿠로오는 신발 끈을 고쳐 묶으며 다시 그의 친구가 해준 말을 상기했다. 자신보다 연애경험이 적은-아예 없는- 켄마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것은 쿠로오에 있어서도 수치였다. 그러나 반박 불가였다. 자신이 딱 그런 상태였기 때문이다. 연습하는 시간 빼고는 모든 생각이 그였다. 사실 연습할 때도 가끔씩 배구공이 그의 얼굴로 보여서 스파이크를 치려 힘껏 점프를 해도 손으로 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어떻게 다이치의 얼굴을 때려! 라는 것이 쿠로오의 마음이었지만, 그런 바보 같은 모습을 보고 켄마는 고개를 저었다. 결국 열에 한번 아니 스무 번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리에프의 강스파이크에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자신이 배구에 전혀 집중하고 ..

2015.10.16

[쿠로켄] 1

1쿠로오 테츠로/코즈메 켄마 "아...곧 가을인가" 여름은 끝을 달려가는데 아직도 시끄럽게 우는 매미들의 소리를 헤집고 언제나 장난 끼가 약간 서려있는 쿠로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그러거나 말거나 본인이 하고 있는 게임기에 집중했다. 쿠로오는 콜라 한 모금을 삼키고는 작게 웃었다. 역시, 이런 태도가 켄마답지. "일단은 인터하이에 올라갔으니깐-“ ”…아..쿠로" 노란색 머리가 약간 흔들리면서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런-하고 쿠로오는 생각했지만 그런 모습까지도 귀엽게만 느껴지는 소꿉친구였다. 켄마는 조금 짜증났다는 듯이 게임기를 종료시켰다. 가뜩이나 어려운 보스 몬스터를 만나 고전하고 있었는데 쿠로오가 자꾸 말을 붙여 집중력을 흩트렸다. 뭔가 말하려 오물오물 입술을 움직였지만 곧 한숨..

201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