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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보쿠] -3

-3아카아시 케이지/보쿠토 코타로 찬란했던 빛이 꺼지게 된다면 당연한 수순인 듯 세상은 암흑으로 물들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지만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카아시는 이제는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알 수 있었다. 밀랍이 얼마 남지 않은 양초처럼 위태롭게 빛을 발하는 불은 안타까웠다. 아카아시는 자신의 눈앞에 꺼져가는 영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양초의 불은 도움을 원하지도 않았고 그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그런 영혼이 촛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촛불은 스스로 꺼지길 원하지 않았으나 그 영혼은 스스로를 방치하고 꺼져감을 받아들였다. 아카아시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코트를 누비던 그를 바라봤다. 보쿠토 코타로. 아카아시 케이지의 에이스이자 주장이자 연인이었다.모로 누어있는 몸을 바라..

2016.01.02

[리에야쿠] -2

-2하이바 리에프/야쿠 모리스케 바라만 봐도 좋다. 리에프는 지금 자신의 침대 위에서 자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 학교 축제에 쓰일 소도구 자제를 축제 위원들과 사니라 하교가 평소보다 늦었다. 리에프는 배구부여서 축제 도우미에서는 빠졌지만 미안한 마음에 남는 게 힘뿐이라는 주장으로 자제 옮기는 일을 도우기로 했었다. 그리고 하필 그 날이 야쿠와의 약속이 겹쳐버려 혼자 초조해 하는 리에프를 보며 야쿠는 괜찮다며 먼저 집에 가있겠다고 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고 말하던 리에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축제 위원들을 따라다니며 점차 우울해졌다. 괜찮냐고 친구들이 물어봤지만 전혀 괜찮지 않은 얼굴로 괜찮다고 말하며 묵묵히 자제들을 들고 걸어 다녔다. 한..

2016.01.02

[쿠라사와] -1

-1쿠라모치 요이치/사와무라 에이준 “못치 선배!!!”멀리서부터 기차화통 삶아 먹은 듯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쿠라모치의 귓전을 사납게 때렸다. 뒤를 돌아 바라보니 저기서부터 사와무라가 손을 흔들면서 뛰어오고 있었다. 체육시간을 끝내고 왔는지 체육복을 입고 달려오는 사와무라는 머리가 물에 젖어 있었다. 제 친구들과 등목이라도 하고 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미치니 갑자기 기분이 불쾌해졌다. 조심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띨띨한 사와무라를 보면서 쿠라모치는 한숨을 쉬었다.“천천히 걸어와, 어디 안 도망간다.”아무것도 걸릴 게 없음에도 자신에게 뛰어오기까지 두어 번은 더 넘어질 뻔한 사와무라를 타박했다. 제 코앞까지 다가와 헤실헤실 웃는 얼굴을 볼 때면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러워 보여 쿠라모치는 억울한 마..

201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