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마츠카와 잇세이/하나마키 타카히로
“마츠카와 벌써 가?”
전공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뒷문으로 하나마키와 나가는 마츠카와를 동기 친구가 불러 세웠다. 원래 이 시간 이후로 같은 교실에서 수업이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아있었지만, 마츠카와는 이미 전공서적을 가방에 넣고 교실 문을 나가려고했다. 평소 수업을 빼먹지 않는 마츠카와를 이상하게 여긴 동기가 그에게 말을 걸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아, 그게 그렇게 됐어.”
마츠카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눈치가 제법 빠른 동기는 고개만 끄덕였지만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자 동기 하나가 눈치 없이 질문을 던졌다.
“에, 하나쨩 어디 아파?”
아까부터 마츠카와의 셔츠 자락을 잡고 있는 하나마키를 보면서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을 했다. 하나마키는 열이 있는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몸살이 있는지 셔츠자락을 잡은 손과 팔이 미세하게 떨렸다. 하나마키는 갑자기 여자 동기의 질문을 받자 떨어뜨리고 있던 얼굴을 들고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저기 그게..”
“감기야. 어제부터 기미가 보이더니 제대로 걸린 거 같아서 오늘 병원가려고.”
“맛층이 데리고 가는 거야? 상냥해 맛층!!”
“마츠카와는 하나마키한테는 약하니깐”
하나마키가 대답하기도 전에 마츠카와가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병원에 데려다 준다는 소리에 평소에도 하나마키 일이라면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도와주는 마츠카와를 보면서, 동기들은 오늘도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그럼 먼저 가볼게”
“잘 가!! 맛층 하나쨩!!”
우물쭈물 거리다가 어떤 말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하나마키는 자신에게 해맑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여자 동기들에게 말은 하지 않고 손을 살짝 들어서 인사를 했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를 살짝 내려다보더니 표정을 싸늘하게 굳힌 채 하나마키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대로 교실을 빠져나갔다.
둘은 같이 살았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오고 어쩌다보니 같은 대학교 같은 과에 진학하게 되어 자취마저도 같이하게 되었다. 같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복도에 도착했을 때, 하나마키는 거의 마츠카와에게 안기다시피 있었다. 마츠카와가 잠깐 열쇠를 찾으러 붙잡고 있던 팔을 느슨하게 놓자 덜덜 떨고 있던 하나마키는 그대로 복도에 쓰러졌다.
“일어나봐 타카히로”
넘어진 아이를 달래듯이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겨드랑이에 양 팔을 집어넣어 일으켰다. 일으키긴 일으켰는데 제대로 서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는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의 팔목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잇..세이.. 나.. 더는..”
하나마키의 손은 보는 사람이 애처로울 정도로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떨고있는 하나마키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제대로 벗겨지지 않은 한 쪽 신발 때문에 엉거주춤한 하나마키는 마츠카와가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간 하나마키는 침대 위로 쓰러졌다.
하나마키는 침대 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신음소리 에 부끄러워져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미 식은땀으로 범벅된 하나마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터질 것만 같았다.
“이제..그만..”
더 이상 우는 소리를 하기 싫었지만, 아까 전부터 엉덩이 쪽이 어떤 자극에 의해 계속 움찔거리는 통에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다. 꼭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뜨고 마츠카와를 바라보았고, 마츠카와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하나마키를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어떤 것도 도와주지 않을 것을 안 하나마키는 다시 눈을 감고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막기 위해 입을 손으로 세게 눌렀다.
“좋았어?”
뜬금없는 마츠카와의 물음에 하나마키는 눈을 뜨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마츠카와를 바라봤다. 지극히 평범한 말투였다.
“…응?”
“좋았냐고. 사쿠라이가 인사할 때 웃었잖아.”
“아..아냐 웃지 않았어..”
“그렇게 여자가 좋으면 여자가 되는 게 어때.”
아무런 변화 없는 표정으로 마츠카와는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나마키에게 뱉었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쓰러져있는 하나마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그대로 얼굴을 들이밀어 하나마키의 입술을 물어뜯었다.
“앗! 뭐..뭐하는 거야”
“여자 되라고”
갑작스레 느껴지는 아픔에 하나마키는 마츠카와를 밀치려고 했다. 그러나 하나마키에게 더 붙은 마츠카와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뻗었다. 하나마키의 입술에서 피가 방울방울 맺히자 마츠카와는 손가락으로 피를 문질러 입술 전체에 고루 펴 발랐다. 색이 없었던 하나마키의 입술이 마치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붉어졌다.
“이제 가슴인가”
아직 부족한지 혼자 중얼거리면서 하나마키의 가슴을 빤히 쳐다봤다. 마츠카와는 피가 뭍은 손을 그대로 하나마키의 가슴 위로 가져다 대고 셔츠 채 우악스럽게 가슴을 잡았다. 그의 배려 없는 악력에 하나마키는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이렇게 하면 너도 가슴 생길지도.”
아무런 감정 없는 눈빛에 하나마키는 공포를 느꼈다. 입술에서는 계속 피가 새어나왔고 뚝뚝 떨어진 피는 하얀 셔츠를 적셨다. 가슴께가 심하게 구겨진 셔츠는 지금 하나마키의 상태와 아주 비슷해보였다. 마츠카와는 다시 하나마키의 가슴을 세게 쥐었다.
“아 잘 안되네. 근데 여긴 여자랑 똑같이 섰네.”
강한 자극으로 인해 뾰족하게 솟아오른 가슴 돌기를 꾹꾹 누르면서 마츠카와는 말했다. 그는 하나마키의 없는 가슴을 쥐었다가 놓더니 가슴 돌기를 잡고 위로 잡아 당겼다. 하나마키는 아픔으로 인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강렬한 자극에 움찔거리며 사이사이 신음을 흘렸다.
“지금 느끼는 거야? 음란하네.”
가슴 돌기를 잡아당기던 손을 그대로 비틀었다. 아까와는 다른 고통에 하나마키는 헉 하는 신음을 속으로 삼키고 마츠카와의 손을 쳐낸 뒤 가슴을 부여잡았다. 아래쪽에서부터 올라오는 강한 자극에 미칠 지경인데 강한 자극과 아픔이 휘몰아쳐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잇..세이 제발..”
“내가 거부하지 말랬지.”
자신의 손을 쳐낸 하나마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마츠카와는 표정을 굳히고 딱딱하게 말했다. 아직도 피가 묻은 손을 들어 하나마키의 목을 잡았다. 마츠카와는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지 않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하나마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형처럼 그저 마츠카와를 바라보기만 했다.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좋은데, 니가 죽는 것은 내 마음이야.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넌 못 죽어.”
가슴을 후벼 파는 냉정한 말에 하나마키는 참고 있던 눈물을 떨어트렸다. 눈물범벅과 피 범벅. 둘은 한데 섞여 하나마키의 머리색과 같은 색을 띄고 있었다.
“아, 여자가 되고 싶으면 이건 필요 없겠다.”
“헉.”
마츠카와가 하나마키의 중심을 잡자 하나마키의 몸은 그대로 굳었다. 아까 보다도 강력한 힘. 뻣뻣하게 굳은 몸과 다르게 하나마키의 눈은 안 된다는 눈빛을 담아 마츠카와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마츠카와는 흥미 없다는 표정으로 하나마키를 쓱 보더니 다시 입을 놀렸다.
“없어도 돼.”
단호한 말투. 가슴을 쥐어 잡는 악력보다 몇 배는 더 강하게 하나마키의 페니스를 잡았다. 이미 아까의 강한 자극으로 약간 발기해있던 터라 잡기는 수월했지만 그만큼 하나마키는 고통스러웠다. 마츠카와의 악력은 실로 대단해서 정말 없애버리겠다는 그의 의지가 느껴졌다. 두려움을 느낀 하나마키는 고통을 잊고자 몸을 힘겹게 움직여 마츠카와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둘의 뜨거운 혀가 섞이는 것을 보니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와의 키스가 싫지만은 않아보였다. 입술에서 새어나온 피가 섞여 들어가 비릿한 맛이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처음 먼저 키스의 문을 연 것이 하나마키라는 것이 무색하게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입술을 집어 삼킬 듯 탐욕스럽게 키스를 했다.
어느새 하나마키의 페니스를 잡고 있던 손은 곧 뒤로 넘어갈 것 같은 하나마키의 몸을 끌어안고 있는 데 사용되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키스가 끝나니 무표정이던 마츠카와의 눈에는 욕정이 가득 차 하나마키를 집어 삼킬 듯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그런 마츠카와를 아무 말 없이 안았다.
“..죽여버릴 거야”
“응..”
아직까지도 하나마키의 목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점점 목에 느껴지는 압력 때문에 하나마키는 켁켁 거렸지만 마츠카와를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분고분하게 자신의 손길을 받고 있는 하나마키를 보자니 마츠카와는 속이 뒤틀려 잡고 있던 하나마키를 침대 위로 내팽개쳤다.
그리고는 하나마키의 바지춤을 잡아 그대로 벗겨버렸다. 속옷까지 한꺼번에 벗겨진 하나마키의 하반신은 땀범벅으로, 애널 쪽에는 땀인지 애액인지 모를 것이 흥건하게 번들거렸다. 마츠카와는 손가락을 하나마키의 애널에 넣어 안에 있던 바이브레이터를 꺼냈다. 젖어 있는 바이브레이터는 아직까지도 진동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더러워. 이것도. 너도.”
마츠카와가 자신의 눈 앞에서 바이브레이터를 보여주자 하나마키는 팔을 들어 그대로 눈을 덮었다. 부끄럽고 가슴 아팠다. 잠깐 멈췄던 눈물이 다시 차올라 팔을 적신 다음 볼을 따라 떨어졌다.
“으흑..잇세이..좋아해..미안해..”
꾹 담아놨던 말을 작게 내뱉으면서 하나마키는 울먹거렸다. 물기어린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마츠카와의 귀에 들어오자 모든 것이 뒤틀렸다. 구역질도 나는 것 같고 애잔한 마음도 들었고 무엇보다도 화가 났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몸은 그저 하나마키를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니깐..”
하나마키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마츠카와를 마주봤다. 눈물과 피가 섞여 엉망진창 되어버린 얼굴이지만 최대한 환하게 웃으면서 마츠카와의 두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마츠카와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자신의 목으로 가져다 댔다.
“그러니깐.. 죽여줘.”
201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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