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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바 리에프/야쿠 모리스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요새 네코마 고등학교 배구부 부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원래 리에프는 다른 부원들에게도 살갑게 대하는 성격이었지만, 유독 야쿠에게만 장난을 심하게 했다. 리에프는 야쿠의 키를 비롯한 놀림은 물론 최근에는 일반 고등학생 남자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스킨십도 스스럼없이 했다.
말장난으로 놀릴 때는 야쿠가 리에프에게 정의의 응징을 하기도 했지만, 스킨십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신장과 체격, 모든 것이 차이가 났고 완력 또한 리에프가 훨씬 세기 때문이다. 뒤에서 갑자기 껴안기를 하거나 야쿠의 손을 잡고 절대 안 놔 준다는 등 누가 봐도 괴롭힘의 정도가 심했다.
“야쿠 선배!!!!”
연습에 제일 늦게 온 리에프가 인사를 하자마자 찾는 건 역시 야쿠였다. 체육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부르자 한쪽에서 리시브 연습을 하던 야쿠는 보이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190cm가 넘는 신장으로 자기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리에프의 모습에 야쿠는 약간 겁을 먹었다. 오늘은 대체 어떤 장난으로 자신을 곤란하게 할지 알 수 가 없었다.
“왜 대답이 없어요?”
리에프는 야쿠가 아무 말이 없자 허리를 숙여서 야쿠를 바라봤다. 가지런한 귤색 머리칼이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저번에 쓰다듬었을 때 진짜 부드러웠지. 리에프는 손을 뻗어서 야쿠의 머리를 만지려했지만 야쿠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피했다.
“뭐하는 거야!”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야쿠가 말했지만 리에프는 아직도 손을 뻗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곤 에잇 하며 야쿠를 덥석 안았다.
“리에프!!!”
“부드러워 부드러워~”
야쿠의 머리 위에 턱을 붙이고 부비면서 리에프가 중얼거렸다. 야쿠가 발버둥을 치는 것도 무시하고 리에프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했다. 결국 야쿠가 리에프의 명치를 때리고 쿠로오가 리에프를 데려가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됐다.
연습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도 리에프는 야쿠에게 장난치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업고 갈까요? 손잡고 갈래요? 지치지도 않는 건지 대답이 없는 야쿠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사실 야쿠 모리스케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성격을 가졌다. 일명 금사빠. 자신에게 친절하거나 다정하면 어느 샌가 그 사람에게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본인 입으로도 별로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 야쿠는 금사빠 초기 상태였다.
리에프가 야쿠에게 장난을 많이 치지만 의외로 다정한 모습들이 있었다. 연습시간 끝나고 야쿠가 집에 갈 채비를 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야쿠가 아플 때 제일 먼저 알아 차려주는 것은 리에프였다. 안돼! 야쿠는 속으로 외치고 자신의 손으로 뺨을 짝하고 때렸다. 약간 정신이 들었다.
“선배 뭐해요?”
연습을 마친 리에프가 턱 밑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야쿠에게 물었다.
“벼...별로”
지금 생각을 하고 있던 대상이 눈앞에 나타나자 야쿠는 약간 당황했다. 으으, 야쿠 모리스케 정신 차려. 말려들면 안 돼.
“흐음”
리에프는 잠깐 무슨 생각을 하더니 야쿠의 볼을 쭉 잡아 당겼다.
“말랑말랑한 야쿠 선배 볼”
결국엔 리에프는 다시 엉덩이를 걷어 차였다.
“돌았냐? 왜 그래!!”
약간 얼얼한 볼을 부여잡고 야쿠가 말했다. 하늘같은 선배 무서운 줄 모르고 커다란 게 힘만 세서!! 야쿠는 리에프를 흘겨보면서 생각했다. 그 때 리에프가 야쿠에게 맞은 엉덩이를 만지면서 불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귀여워서요!!!”
리에프의 말투에는 억울함이 서려있었다. 예상치 못한 리에프의 답변에 야쿠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이놈의 1학년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부끄러운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와서 야쿠는 다시 리에프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으악! 외마디 비명이 다시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그 이후로 야쿠는 집에 가서 자꾸 리에프의 ‘귀여워서요’가 떠올라서 다른 일에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세 울 뻔 했으나, 의외로 강한 남자인 야쿠는 내일일은 내일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아주 꿀잠을 잤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야쿠는 다시 리에프가 머릿속에 둥둥 떠다녀서 혼났다.
아침 일찍 배구 연습을 하려고 7시쯤 집을 나섰을 때, 야쿠는 누군가가 자신을 뒤에서 껴안는 것을 느꼈다.
“야쿠 선배~ 좋은 아침입니다”
“으응, 좋은 아침..”
쾌활하게 야쿠에게 인사를 건네는 리에프를 보고 떨떠름하게 대꾸 해주었다. 전에 리에프가 껴안았을 때보다 훨씬 긴장했다. 자신보고 귀엽다고 한 남자가 껴안는 다면 누구나 긴장하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었다. 평소처럼 리에프를 떼어내려고 한방 날려줄 찰나에 갑자기 리에프가 야쿠의 귀에 속삭였다.
“오늘도 귀여워요”
소름이 쫙 끼치면서 야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곧이어 금사빠의 심장은 락밴드의 드럼처럼 쿵쾅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야쿠는 뻣뻣하게 굳은 자신의 몸이 목각인형 같다고 생각했다.
“어라? 오늘은 안 때리네?”
평소라면 이미 엉덩이나 명치를 맞아서 데굴데굴 했을 것인데 야쿠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리에프는 머리를 한번 흔들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 초록색 눈이 번뜩였다.
쪽하고 입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리에프의 갑작스러운 귓속말로 멀어지던 야쿠의 이성이 갑자기 돌아오더니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 건지 파악했다. 기습 뽀뽀였다. 이제는 정말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야쿠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덤으로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야쿠를 보더니 리에프는 하핳하 바보처럼 웃고는 빠르게 골목을 뛰어갔다. 야쿠는 기습 뽀뽀를 하고 도망가는 리에프를 멍하니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화를 내면서 리에프를 쫓아갔다.
“리에프!!!! 너 거기 안서?!!!!!!!”
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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