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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카와 잇세이
마츠카와는 그를 사랑했다. 맹목적인 사랑을 느끼기는 처음이어서 기시감을 느꼈지만 이것이 참된 사랑임을 깨달은 마츠카와는 그 어느 때보다 그 사랑에 깊이 빠졌다. 때로는 숨이 답답할 정도로 그를 원했다. 그러나 잡을 수 없는 곳에 놓인 그는 마치 마츠카와를 비웃기라도 한 것 같이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았고 큰 소리로 외쳐 봐도 들리지 않았다. 지칠 법한 상황에서도 마츠카와는 사랑이라는 버팀목을 만나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볼 때면 그는 새침한 얼굴을 하면서 마츠카와의 애를 태웠다. 유혹하는 느낌이 들면서도 밀어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왜 이런 사람을 사랑한 것인가 하는 의문 따윈 애초에 가지지 않았다.
마츠카와가 사랑하는 그는 짙은 검은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빛 한 점 없는 새까만 밤하늘처럼 그의 머리칼은 담담했다. 그의 눈 또한 머리색을 닮은 것이라 블랙홀이 있다면 그의 눈 안에 있을 것이라 마츠카와는 생각했다. 유려한 콧날은 그의 얼굴에 중심을 꽉 잡아주고 있었다. 얇은 선을 그리고 있는 그의 입술은 당장이라도 키스를 퍼 붓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그의 목은 남자답게 길고 굵었으며 어깨는 딱 벌어진 것이 마치 운동이라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탄탄한 그의 가슴은 안기고 싶은 감정을 샘솟게 했으며 배에 자잘하게 잡힌 복근 또한 마츠카와의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길고 곧은 다리는 그와 너무나도 잘 어울려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는 마츠카와의 눈에 완벽했다. 신이 이 정도의 남자를 만들 때면 온 정성을 쏟았으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마츠카와에게 그 남자는 표면적으로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외면은 알았지만 내면은 알 수 없었다. 그는 언제나 알 수 없는 표정을 해 마츠카와를 애태웠다. 어떤 말로도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으며 무표정하거나 비릿한 웃음만 자아냈다. 당장이라도 어깨를 흔들면서 그의 안에 감춰있는 것들을 끌어내고 싶었지만 그는 마츠카와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항상 애가 닳는 쪽은 마츠카와였다. 못마땅해서 그에게 화도 내봤으나 소용없었다. 처음과 똑같은 표정으로 마츠카와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루는 사랑한다고 말해봤다. 같은 남자가 말했으니 그에게도 어떤 흔들림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또 그는 마츠카와를 바라만 봤다. 차라리 남자를 사랑한 자신이 더럽다고 손가락질이라도 하길 바랐다. 이번엔 가벼운 비웃음조차 짓지 않은 채 감정 없는 인형과도 같은 얼굴로 마츠카와를 쳐다봤다. 그의 한결같은 시선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한 사랑이 반감된 것은 아니었다. 입으로 그를 사랑한다고 내뱉은 순간 마츠카와는 진정으로 그에게 귀속되었다.
만져보고 싶었다. 그의 짙은 머리칼과 눈썹을. 그리고 균형 잡힌 몸을 자신의 손으로 느끼고 싶었다. 허용되지 않는 일일수록 원하는 마음은 커져만 갔다. 답답했다. 채워지지 않는 사랑이 갑갑했다. 마츠카와는 그를 바라보기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에게 어떤 접촉도 허용하지 않았다.
주위가 컴컴해지면 그는 사라졌다. 마츠카와는 그래서 항상 빛이 있는 곳에 머물렀다. 그는 빛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언제나 밝은 옷을 입고 주위를 환하게 하고 그를 바라봤다. 그러면 그가 조금 웃는 거 같기도 했다. 저와는 다른 주변이 밝은 사람인 그는 그마저도 마츠카와의 마음에 꼭 들었다. 투명하게 빛 아래 서있는 그는 어제도 오늘도 마츠카와를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기 충분한 사람이었다. 마츠카와는 다시 한 번 그의 사랑에 자신을 던졌다.
마츠카와는 바라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탐욕스러운 마음이 그의 사랑하는 마음을 찢고 보란 듯이 마츠카와를 점령했다. 욕심이 났다. 고고하게 바라만보고 있는 그를 일그러트리고 싶었다. 사랑이 점차 변질되었다. 그러나 변질된 마음도 사랑이기에 마츠카와는 사랑이라는 면죄부를 가지고 그에게 다가갔다. 한 뼘, 두 뼘.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흐릿하게 보였던 그가 말고 투명하게 다가왔다. 마츠카와가 한걸음을 내딛으면 그도 한걸음 다가왔고 마츠카와가 왼발을 내딛으면 그는 오른발을 내딛었다. 좁혀지는 그와의 거리가 마음에 들었다. 어느새 제 앞까지 다가온 그 남자는 마츠카와와 시선이 마주 닿았다. 올려다 볼 것도 없었고 내려다 볼 것도 없이 꼭 맞물린 시선이었다. 마츠카와는 가까이서 보는 그의 얼굴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요동치는 가슴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기대감에 바들거리는 오른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
툭. 그의 뺨에 닿았다. 마츠카와는 소름끼치도록 행복했다. 그의 아미를 만지고 그의 콧날을 만지고 그의 입술을 만졌다. 툭툭. 미끄러지듯 손가락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마츠카와는 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댔다. 차가웠다. 그의 얼굴은 맨질맨질하기도 했고 차갑기도 했다. 그의 입술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 넣으니 그의 얼굴이 희뿌옇게 변했다. 이내 흐려졌던 그의 얼굴이 다시 선명해졌다. 마츠카와는 그를 사랑하는 마음에 충만감이 들어 그를 그대로 껴안았다.
마츠카와는 그를, 마츠카와는 그 남자를, 마츠카와는 거울을 껴안았다.
201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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