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가] -8

pinn_pond 2016. 1. 5. 14:57


-8

사와무라 다이치/스가와라 코시

 

 

 

 

다이치, 이거 받아.”

한창 연습이 막바지에 닿았을 때, 다이치의 얼굴에 무엇인가 차가운 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스가가 겉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 스포츠 음료를 내밀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이 회색머리 남자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다이치에게 필요한 것들을 콕콕 집어냈다. 불과 그와 만난 지는 3년도 채 안되었다. 세간에서 말하는 소꿉친구처럼 스가는 다이치에게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아 고마워.”

자신에게 건네주는 노란색 스포츠 음료수 통을 받으려 손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스가의 하얀 손가락이 전체적으로 음료수 통을 감싸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손가락이 닿고 말았다. 흠칫.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을려나. 아무리 운동을 해도 스가의 손가락은 처음처럼 가늘었다. 그 흔한 손가락 테이핑조차 하지 않는 그의 손은 이상하리만큼 부드러웠다. 자신의 투박하고 거친 손가락이 민망해질 만큼 스가의 손은 달랐다. 가벼운 접촉이지만 다이치를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음료수를 마시는 다이치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더니 제 할일은 끝났다는 듯 몸을 돌려 원래 있어야할 곳으로 스가는 돌아갔다. 턱을 따라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고 다이치는 더해지는 갈증에 다시 한 번 스포츠 음료를 입으로 밀어 넣었다. 지난 아오바죠사이와 시합 할 때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녹아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단 한 가지 다른 것이 있었다면 그때만큼 울렁거리는 것은 없었다. 대신 시합이 끝났을 때만큼 가슴이 뛰는 것만큼은 무섭게 닮았다.

회색의 인영을 눈으로 쫓았다. 같은 세터 포지션을 담당하는 일학년과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시시덕거리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스가의 얼굴이 웃음으로 인해 입이 올라갈 때마다 그의 눈 밑에 있는 점 또한 위로 올라가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꽤 불편했다. 타인의 웃음이 이리도 마음에 걸리는 일일 줄 다이치는 몰랐다.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웃는 스가의 웃음이 두꺼운 옷을 여러 겹 입은 마냥 답답하고 불편했다.

둘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카게야마가 진지한 얼굴로 무슨 이야기를 하자 스가는 정말 재미있는지 큰 소리로 웃으면서 카게야마의 등을 때렸다. 멀뚱하니 스가의 손을 고스란히 받아내던 카게야마 또한 같이 따라 웃었고 결국 스가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는 지 카게야마의 어깨에 손을 올려 이마를 대고 웃음을 게워냈다. 순간 다이치의 속안에서 불쾌한 감정이 다시 울컥거렸다. 아까보다 조금 큰. 사내 둘이 붙어 있는 것이 무에 그리 신경 쓰이는 지 다이치는 그 쪽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스가가 자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약간 멀리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다이치는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 할 수 있었다. 스가는 카게야마의 어깨에 댄 자신의 이마를 살짝 돌려 다이치를 보며 박장대소와는 다른 웃음을 지어보였다.

불쾌했다. 들고 있던 노란 스포츠 음료수 통을, 스가와라 코시가 준 음료수 통을 다이치는 손에 힘을 줘 구겼다.

다른 사람과 나눠가지는 취미는 없는 데. 다이치는 구겨진 음료수 통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입이 썼다.

 

 

 

 

 

 

201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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