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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38

38오이카와 토오루/스가와라 코우시 최근 오이카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에 반대 의견을 낼 아오바죠사이의 배구부 부원은 없었다. 그 정도로 배구부 주장은 상태가 별로였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이와이즈미에게 혼나던 것이 이제는 삼십 분에 한 번씩 욕을 얻어먹었다. 오이카와가 연습 도중에 이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얼마나 티를 내고 다녔다면 그 눈치 없는 킨다이치조차도 주장 조금 이상하지 않냐고 쿠니미에게 물어봤을 정도였다. 오늘도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오이카와가 부원들끼리 연습경기를 하는 도중 한눈을 팔아 얼굴에 정통으로 스파이크를 맞곤 뒤로 나가 떨어졌다. 결국 머리끝까지 화가 난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멱살을 잡고는 체육관 한 쪽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혀 놨다.아직까지 얼얼한 이마를 손으로 감..

2016.01.26

[빙흑] -16

-16히무로 타츠야/쿠로코 테츠야 쿠로코는 살짝 손을 들었다. 가느다란 손가락 새로 빠져나가는 물을 보면서 물장구를 좀 치고는 손을 내리고 얼굴을 온천 속에 반만 집어넣었다. 물 위로 하늘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만 내놓은 채 한숨을 폭 내쉬었다. 수면 위로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왔다. 눈앞에서 공기방울이 올라오는 것을 말가니 지켜보던 쿠로코는 나머지 얼굴도 쑥 넣었다. 십초 정도 지났을까, 참았던 숨을 내뱉으면서 쿠로코의 작은 머리통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깥으로 나왔다. 뜨거운 물과 한껏 얼굴을 마주한 터라 전체가 다 화끈거리면서 녹신녹신했다.머릿속에서 절대 빠져나오지 않는 생각이 다시 쿠로코를 쿡쿡 찔렀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애쓸수록 코끼리만 생각난다는 모 실험처럼 잊고 싶었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이..

2016.01.21

[쿠로켄] 37

37쿠로오 테츠로/코즈메 켄마 “싫어…”“켄마, 딱 한 번만!!!”제 앞에서 손뼉을 마주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사내를 보아하자니 켄마는 마음이 갑갑했다. 저번 주부터 한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끈질기게 부탁하는 쿠로오를 보면 들어줄 만도 싶었지만 그가 부탁하는 내용은 켄마의 상식 밖이었다. 아직까지도 보이는 검은 뒤통수를 마주하자니 켄마는 보스 공략에도 끄떡하지 않은 머리가 지끈지끈 거리는 것 같았다.“…쿠로 대체 왜 그러는 거야”약간의 짜증과 한숨이 묻어나오는 질문을 했다. 그제야 쿠로오는 제 얼굴을 들어 켄마를 마주했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쿠로오는 입을 열었다.“중학교 때부터 내 로망이었어.”켄마는 어처구니없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나갔다. 뭐 로망은 좋았다. 켄마 자신도 남자이므로 그런 류의..

2016.01.16

[쿠로오이] -15

-15쿠로오 테츠로/오이카와 토오루 오이카와는 숨이 차도록 달렸다. 자신이 왜 달리고 있는 가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거듭된 상황과 반복된 결과는 오이카와에게 생각 따위는 사치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이보다 더 빨리 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보며 비웃을 그 얼굴을 떠올리니 엉덩이 부근이 아리기도 했다.오이카와는 남자와 교제하고 있었다. 사실 교제라고 부르기 민망했다. 오이카와와 그의 관계를 엄밀하게 정의하자면 섹스 파트너였다. 몸만 섞는 관계로 그가 하고 싶다는 연락을 하면 오이카와가 그의 집으로 찾아가는 형태였다. 지금 오이카와가 뛰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다. 그는 시간 약속을 어기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어떠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는 용납하지 않았고 평소에 무뚝뚝한 그는 약속을 어기게 되..

2016.01.15

[엔노시타] -14

-14엔노시타 치카라 엔노시타는 지금이 좋았다. 적당한 학교생활과 적당한 부활동. 중학교 때 공부를 그렇게 못하는 것도 아니어서 취업보다는 진학을 권유받았다. 담임선생은 그에게 조금만 더 공부하면 주변에 있는 대학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엔노시타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겼고 만족스러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그는 조용한 학생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 그렇다고 해서 존재감이 아예 없지도 않는 삶을 살았다.그런 엔노시타에게 고등학교 진학 후 들어온 배구부에서는 약간의 일탈을 부어주었다. 2학년 때 들어온 신입생들의 활약으로 인터하이까지 진출한 경험이 있었다. 물론 레귤러는 아니었으나 그와 포지션이 비슷한 전 주장이 부상으로 경기에 임하지 못했을 때, 잠시나마 코트를 밟..

2016.01.15

[빙흑] -13

-13히무로 타츠야/쿠로코 테츠야 쿠로코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담장 너머로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는 어느덧 봄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그래도 약간의 추위는 남아있어서 몸이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집집마다 다른 나무와 꽃들이 피어있는 것을 눈에 담으면서 쿠로코는 카가미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 카가미는 요리하는 것도 즐겨해 가끔씩 사람들을 초대해서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곤 했다. 카가미가 가장 신뢰하는 친구인 쿠로코 역시 자주 초대 받는 사람 중 하나였다. 쿠로코는 소식가에 가까운 편이었지만 카가미의 요리는 쿠로코의 입맛에도 잘 맞아 그가 초대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꼭 갔다.오늘도 그 날 중 하나였다. 일주일 전부터 꼭 시간을 비워 놓..

2016.01.08

[창작] -12

-12창작 한 나라가 있었다. 온화한 기후를 가진 평범한 나라였다. 하루하루 성실히 벌어먹고 살며 아이들이 천진하게 뛰어노는 일상 같은 나라였다. 백성들은 수수한 옷차림만큼 눈에 띄지 않는 소시민적인 삶을 좋아했다. 그들은 기후를 닮아 온화하고 잔잔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낮에는 각자의 일에 집중하다가 밤에 가족들이 모여 한상에 갓 찐 감자를 나눠먹는 것을 낙으로 삼는 평범한 백성들이었다. 백성들의 부모답게 그 나라의 왕 또한 온화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영토를 가지고 있었지만 욕심내지 않고 다른 나라와 필요 없는 전쟁을 하지 않았다. 무역과 자체적 생산으로 그럭저럭 잘 돌아가는 나라를 그는 통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왕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권력의 암투나 전쟁과 기근이 없었..

2016.01.06

[쿠로켄] 36

36쿠로오 테츠로/코즈메 켄마 연인 사이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마음을 가진 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은 제 각각 다른 차이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상황이 주어지더라고 개개인 마다 다른 선택에 의해 각기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신이라면 이런 상황이 재밌었겠으나 직접 당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선택에 대한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클뿐더러 자칫 잘못 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하루 신중을 기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난 것이 사람이었다.같은 마음. 세상에 똑같은 마음을 찾으라고 하면 찾을 수 없지만, 사람들은 비슷하다는 것도 같다는 테두리 안에 포함시켰다. 그만큼..

2016.01.05

[쿠로켄] -11

-11쿠로오 테츠로/코즈메 켄마 “연애 해볼래?”“무슨 소리야.”어째 오늘 플레이스테이션을 순순히 같이 해줄 때부터 이상했다. 가끔 쿠로오는 엉뚱한 말을 많이 했으나 이런 류의 말은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질 낮아 보이는 장난에 켄마는 인상을 쓰면서 들고 있던 게임패드를 내려놓았다. Game over. 형형색색의 게임 배경이 온통 비춰졌던 모니터에 오로지 검은색 화면에 빨간 문구만이 떠다녔다. 쿠로오 역시 게임패드를 내려놓더니 옆에 있던 쿠키를 집어 들고는 한 입 베어 물었다. 와삭거리는 소리와 쿠로오가 쿠키 씹는 소리만 조용한 켄마 방에 떠다녔다.켄마가 알리 만무한 말을 던져놓고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아까 흘렀던 게임 배경음을 흥얼거리면서 딴 짓을 했다. 정말 그냥 장난이었던 걸까. 켄마는 ..

2016.01.05

[마츠하나] -10

-10마츠카와 잇세이/하나마키 타카히로 “슈크림 어디가 좋아?”“음…”아기자기한 카페에 덩치 큰 두 남자가 있는 모습은 약간 기묘했지만 당사자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주변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서로의 대화에 집중했다. 이 주변에서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슈크림을 한 입 베어 물면서 하나마키는 마츠가와가 질문한 것을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슈크림을 좋아하는 이유라.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으나 어느새 부턴가 슈크림을 입에 달고 살았다.“그러게”“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한 거야?”“그럼 맛층은 왜 치즈 햄버거 좋아하는 거야?”“일단은 고기니깐 그리고 맛있잖아. 또 치즈가 들어가면 적당히 짠맛이 나니 좋아.”쉽게 대답하는 마츠카와를 보니 자신이 너무 생각 없이 살고 있는가 하는 마음이 들어 하나마키는 입에서 우물거리..

2016.01.05